날씨는 좋아지고 꽃은 피고,
거리엔 산책하는 사람도 늘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 모든 계절의 변화에서 한 발짝 멀어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계절은 분명 바뀌고 있는데
나는 왜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기분이 들까?
1. 바뀐 건 기온뿐, 내 감정은 여전히 제자리다
며칠 전 겨울 옷들을 를 정리했다. 몸은 봄에 맞춰 옷을 갈아입었는데, 마음은 아직 겨울을 벗지 못한 것 같다. 아침엔 커튼 사이로 따뜻한 빛이 들고, 거리는 부쩍 분주해졌지만, 나는 그 분위기에서 자꾸만 한 발짝 물러나게 된다. 내가 있는 공간과 내가 느끼는 온도가 세상과 어긋나는 것 같은 날.
- 일상은 분명히 봄인데,
- 나는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곰처럼 느려진다.
- 사람들의 활기와 나의 무기력이 충돌하는 날,
- 괜히 조용히 입을 다문다.
2. 계절이 나를 지나치는 것 같은 감정
누군가는 말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라고. 그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 시작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부담일 수도 있다. 봄을 느끼기엔 나는 아직 ‘멈춤’에 머물러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데, 나는 도착하지 못한 기차처럼 플랫폼 어딘가에 계속 서 있는 기분이다.
이 계절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을 때
나는 더 조용해진다.
3. 바쁘지 않은 사람이 더 외로워지는 계절
봄이 오면 사람들은 바빠진다.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일정을 잡고,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자극받는다. 그런데 나는 조용하다. 아무 연락도, 일정도, 계획도 없다. 하루는 친구에게 “요즘은 뭐 하고 지내?”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답장을 하려다 말았다. “딱히”라는 말로는 지금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일도 없고
마음은 조금 무겁고
사람들과 속도가 안 맞는 것 같고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이런 날이 계속되다 보면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봄의 활기"는 나에게는 오히려 눈에 띄는 조용한 고립으로 다가온다.
4. 나만 멈춘 건 아닐 텐데, 요즘은 그 ‘나만’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누군가와 비교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바쁜 사람들 틈에 조용한 나는 그 자체로 너무 도드라진다.
- 오늘도 시간은 많고
- 할 일은 없고
- 계절은 바뀌고
- 나는 그 자리에 있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 나는 더더욱 ‘나만 멈춘 듯한 감정’에 갇힌다. 그 감정은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무겁다.
5. 벚꽃은 매년 피지만, 나는 매년 피는 사람이 아니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다들 벚꽃 보러 가더라. 나도 올해는 한 번쯤 볼까?”
그런데 막상 나가보면
사람들이 너무 많고
내 안의 공허함은 꽃으로는 메워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돌아온다. 벚꽃을 못 본 해가 더 많은 나의 인생. 그렇다고 해서 봄을 덜 살아낸 건 아닌데, 왠지 ‘덜 살아낸 것 같은 죄책감’이 남는다.
6. 봄은 왔지만, 아직 안 왔다는 기분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계절은, 말 그대로 ‘계절이 왔지만, 나는 아직 계절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 같다.
- 바람은 봄인데, 마음은 아직 추운 날
- 사람들은 나가자고 하지만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있고
- 햇살은 기분 좋지만, 내 표정은 그대 로고
그 모든 감정이 합쳐진 오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냥 그런 날이구나.”
봄이 왔다고 해서 나도 꽃 피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떤 날은 그냥 잎사귀조차 피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어도 괜찮은 날이 있는 거니까.
7. 그래도 괜히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사실 오늘도 벚꽃은 못 봤다. 사람들은 연남동도 다녀오고, 인생샷도 남겼다는데 나는 편의점 갔다 오는 길에 살짝 핀 민들레 한 송이를 봤다. 그 순간 조금 웃겼다. "이게 올해 내 봄 인증이구나." 괜히 그 민들레 사진을 찍어놓고 다시 안 열어본다. 나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계절을 받아들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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