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쉬는 날이에요?"
라는 말에 선뜻 “네!”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는내 마음은 아직도 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1. 쉬고 있는 중인데,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날. 하루 종일 외출도 없이 침대와 소파를 오가며 시간을 보낸 날. 세상은 조용했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몸은 분명히 누워 있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왜 마음은 더 무거워졌지?
- '쉬는 것 같은데 쉰 것 같지 않은 기분'
- '하루가 지나갔는데 회복된 건 아무것도 없는 느낌'
프리랜서의 휴식은 물리적인 멈춤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마음속 근무 시간표는 따로 존재하고, 그건 휴일이라고 멈춰주지 않는다.
2. 마음은 늘 일하고 있다
- "혹시 놓친 메일은 없을까?"
- "이번 달은 이대로 괜찮을까?"
- "내가 지금 쉬어도 될까?"
- "다들 이 시간에 뭐 하고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 쉬는 날의 공기를 서서히 잠식한다. 심지어 일이 없는 날보다 일이 ‘아예 사라질 것 같은 날’이 더 무섭다. 그 막막함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진짜 휴식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걱정을 잠깐 멈출 수 있는 상태’다
3. ‘쉬어도 괜찮다’고 믿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때, 쉬는 날엔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기
- 집 정리하기
- 카페에 가서 책 읽기
- 산책으로 하루 마무리하기
하지만 현실은…
- 늦게 일어난다 → 시간을 흘려보낸 죄책감
- 정리를 하다가 일 생각이 남
- 카페 가서 괜히 노트북 열어본다
- 산책은 둘째치고 세끼 먹고 나면 이미 밤
계획을 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실패한 휴식이 되는 날.그날도 하루 종일 쉰 건 맞는데,
아무것도 쉬지 못한 것 같았다.
4. 프리랜서의 휴식에는 항상 불안이 묻어 있다
직장인은 휴가를 낼 수 있고, 그 시간엔 '일을 안 해도 되는 허락'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해야 한다. 그게 참 어렵다.
- 일 안 한 것에 대한 불안
- 벌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 이대로 계속 아무 일도 없으면 어쩌지? 하는 공포
그래서 마음 편히 쉬는 하루는 드물고, 드물고, 또 드물다.
마음이 쉴 수 없는 쉼은
결국 또 다른 종류의 노동이다.
5. 그래서 ‘돈 걱정 없는 하루’는 특별하다
가끔, 아주 가끔 일정도 없고 돈도 잠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하루가 찾아온다.
- 다음 달 고정비는 이미 정리해 놨고
- 이번 달 예상 수입은 어느 정도 확보됐고
- 무리하게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런 날엔 진짜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볼 수 있고
- 아무 알림이 없어도 초조하지 않고
- 집 안이 조용한 걸 ‘고요’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 하루는
마치 “괜찮다”는 사인을 받은 날 같다.
내가 쉴 수 있다는 걸 누군가가 승인해 준 느낌.
6. 그런 날은 진짜 드물다. 그래서 더 귀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돈 걱정 없는 하루’는 1년 중 며칠 되지 않는다.
- 일이 몰리는 달에 잠깐
-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 직전
- 예상보다 수입이 들어온 그 달
그런 날들은 드물고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오히려 그 하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7. 휴식은 결국, 마음의 상태에서 결정된다
최근 들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쉬고 있어도 일 생각이 멈추지 않으면 그건 쉼이 아니고,
일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면 그건 일 같지 않다.’
프리랜서에게 진짜 휴식은 물리적인 여유가 아니라, 감정적인 안정에서 비롯된다. 그중에서도 ‘오늘 하루는 괜찮다’는 확신이 있는 날이 제일 잘 쉬게 된다.
8. 그리고 나는 오늘, 잠깐이라도 그 상태에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큰일은 없었다. 수입도 없었고, 알림도 없었고, 오가는 연락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걱정도 크게 없었다. 하루의 마감 즈음,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냥 쉬어도 되겠다."
그 문장을 누가 대신 허락해 준 것도 아닌데,
나는 그걸 듣고 나서야
오늘 하루를 ‘쉴 수 있는 날’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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