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정의 조각들

돈 버는 재주 없는 프리랜서의 하루

“프리랜서로 어떻게 먹고살아요?”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직도 살고 있는 걸 보면 뭐… 그럭저럭?’

 

 

1. 돈을 잘 벌지 못한다는 건, 무능력일까?

나는 부지런한 편이다.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연주도 하고, 기획도 한다. 늘 뭔가 하고는 있는데, 돈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이 말하는 ‘돈 되는 일’은 생각보다 나와 잘 맞지 않고, 내가 잘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장에서 별로 안 통한다.

  • 하고 싶은 일은 있고
  • 할 줄 아는 일도 있지만
  • 돈이 되는 재주는 없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내가 뭘 잘하는지’보다 ‘이걸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일 같다.

 

돈 버는 재주 없는 프리랜서의 하루

2. 하루를 어떻게 썼는지보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이상하게도, 요즘 내 하루를 정리할 때 “오늘 뭐 했지?”보다 “오늘은 어떻게 버텼지?”가 먼저 떠오른다.

  • 메일을 확인하고
  • 글 쓰는 걸 조금 미뤄놓고
  • SNS 둘러보다가 불안해지고
  • 갑자기 계좌 잔액 확인하고
  • 심호흡 몇 번 하고
  • 그래도 다시 앉아서 작업하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고 나면 하루가 끝나 있다.

뭔가 거창한 성과 없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이
나름의 성취처럼 느껴지는 날
이 있다.

 

 

3. 돈 얘기를 자주 하지만, 돈 얘기를 제일 피하고 싶다

프리랜서들끼리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이번 달 얼마 벌었어?"다. 물론 대놓고 묻지는 않는다. 대신 이렇게 돌아서 온다.

  • “이번 달 일 괜찮았어?”
  • “요즘은 좀 여유 있어?”
  • “이번 시즌 기획 잘 풀려?”

그 질문 속엔 “그래도 돈은 벌고 있지?”라는 물음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걸 알기에 괜히 얼버무리게 된다. “응, 뭐… 그럭저럭.” 그 대답 안에는 ‘돈은 많이 못 벌었지만,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변명이 들어 있다.

 

4. 재주는 없지만, 애는 쓰고 있다

프리랜서에게 돈은 단순한 화폐 개념이 아니다. 존재 증명에 가깝다.

  •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 결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 수입이 ‘발생했다’고 보여야만
  • 나도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결과, 성과, 수익… 이 모든 게 나라는 존재의 사용 설명서처럼 작동한다.

재주는 없지만,
나는 애쓰는 사람이다.
그 애씀을 알아주는 구조는 없지만
애써야만 살아남는다.

 

 

5. 남들은 루틴을 만들고, 나는 생존 스킬을 만든다

유튜브에 보면 “프리랜서의 하루 루틴” 같은 콘텐츠가 많다. 그런 영상들 속 사람들은 7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건강한 아침을 먹고 계획을 정리하고 카페에서 노트북을 연다. 나는 다르다.

  • 일어나자마자 메일이나 톡에 뭐 없나 확인하고
  • 통장 잔액 보면서 커피 타고
  • 정신 차리면 벌써 9시
  • 그제야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꾸준함보다는 즉흥성, 계획보다는 반응, 루틴보다는 생존 스킬.

 

6. 오늘도 이만큼은 했다, 고 말하는 연습

요즘 나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오늘 하루를 잘 넘긴 사람’이 되고 싶다.

  • 수입은 없지만 마감 하나 끝냈고
  • 지출은 많았지만 미뤄둔 작업을 정리했고
  • 자존감은 떨어졌지만 사람들과의 연락은 이어갔고

그게 지금 나의 하루 사용법이다. “오늘도 이만큼은 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항목 몇 개가 모여 하루가 된다. 그걸로 내일을 시작할 에너지를 조금 충전한다.

 

7. 돈 잘 못 벌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아직도 쉽지 않다.

  • 잘 벌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에 움찔하고
  • 고정 수입이 있다는 말에 부럽고
  • 돈 걱정 없이 산다는 사람들 보면
  •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냐”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돌아서서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대로 일하고, 조금이라도 수입이 생길 만한 일을 찾아 헤맨다.

 

8. 내 하루는 지금도 사용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나는 하루를 쓰고 있다.

  • 수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 나를 표현하는 문장을 찾고 있고
  •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로
  • 지금 이 시간을 버티고 있다

돈을 잘 벌지 못해도
나라는 사람을 써 내려가는 감각은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