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땠어?”
이 질문이 가볍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근데 요즘은 이상하게
이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게 된다.정말 괜찮았던 건지, 그냥 그런 척 한 건지,
아무 일 없던 날이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는 건지.
1. 그냥 흘러간 하루인데, 왜 찝찝할까?
어느 날,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침엔 천천히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가볍게 산책도 하고 계획했던 글도 한 편 썼다. 몸도 마음도 여유로운 하루였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이상하게 “뭘 더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쉬었는데 왜 찝찝하지?”
“괜찮은 하루였는데 왜 허전하지?”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던 걸까. 남들보다 생산적인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했는가? 돈을 벌었는가? 결과를 냈는가? 그 잣대들은 전부 ‘남들이 인정해 주는 하루’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2. 우리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평가한다
우리는 ‘하루’라는 단위를 너무 쉽게 성과 중심으로 판단한다.
- 오늘 돈 벌었나?
- 일 하나 끝냈나?
-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있나?
그 기준에서 벗어난 하루는 “의미 없는 날”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 계획을 세우기만 한 날도
- 글을 쓰다 말고 지우기만 한 날도
- 아무 일 없이 침대에만 누워 있던 날도
그날의 내가 쓴 에너지는 분명 존재한다.
모든 날이 크고 확실한 성취로 채워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건 아니다.
3. 하루의 성공/실패는 누가 판단하나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 괜찮은 하루’의 기준은 늘 비슷한 틀 안에서 움직인다.
- 바빴던 하루
- 열심히 일한 하루
- 성과가 있었던 하루
-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는 하루
이런 날만 ‘괜찮다’고 느끼고, 그 외의 날은 “오늘은 뭐 한 거지…” 하고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 오늘은 마음이 어땠는가?
- 스스로에게 다정했는가?
-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은 내가 내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다.
4. 내 하루를 인정하는 힘은 결국 ‘나’에게서 온다
지금까지의 나는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하루만 ‘괜찮다’고 믿었다. “요즘 뭐 해?” “오늘 뭐 했어?” 이런 질문에 멋진 대답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내 존재가 조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내가 내 하루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하루를 기억해주지 않는다.결과가 없어도,
아무도 몰라도,
내가 잘 살았다고 느낀 하루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5. 작은 기준을 다시 세워보는 하루의 연습
요즘 나는 하루의 기준을 아주 작게 바꿔본다.
- 오늘 감정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는가?
- 하기 싫은 걸 하나라도 해냈는가?
- 내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해 줬는가?
- 나를 꾸짖지 않고 다독인 순간이 있었는가?
이런 것들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하루는 실패한 날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든 남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하루를 판단할 자격이 있다.
6. 괜찮은 하루였는지, 오늘은 내가 판단하기로 한다
오늘, 나는 계획했던 일을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하루를 돌아보며 마음속 문장을 하나 적었다.
“지금 힘든 이유를 알게 됐으니, 그걸로 됐다.” “조금 쉬기로 한 걸 지켜냈으니, 잘한 거다.”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니, 괜찮다.”
누가 대신 점수 매기지 않도록
오늘은 내가 나의 하루를 받아들인다.오늘, 그럭저럭 잘 살았다.
그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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