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끝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띠-띠-띠. 세탁기에서 익숙한 소리가 났다.
나는 방에서 집중해서 작업 중이었고, 같이 사는 사람은 거실에서 아무 일도 없이 편안히 TV를 보고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내가 안 나가도 되겠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좀 알아서 널어주겠지.’
그런데… 불려 나온 건 나였다
잠시 후, 거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건조대에 있는 건 어제 한 빨래야?”
(…예, 어제 낮에 당신이 거실에 있을 때 제가 널었던 그거요.)
그 순간 느꼈다.
아… 또다시 '내가 나가야 하는 타이밍'이구나.
내가 나가기 전까진, 이 집안일은 멈춰 있겠구나.
결국 작업을 멈추고 방에서 나왔다.
세탁기 문을 열고, 젖은 빨래를 꺼내 무심히 접히는 건조대 위로, 하나하나 널었다.
나만 참으면 되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일하는 중인 걸 알면서도 왜 날 부르지?”
“본인이 직접 널 수도 있었잖아.”
“자기 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도 능력이지.”
이런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또 그 말을 꾹 삼켰다.
왜?
‘화를 내면 괜히 분위기 안 좋아질까 봐.’
‘별거 아닌 일로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일들이 매일 반복되니까, 결국 마음 안에 “왜 나만 이래야 하지?”라는 물음이 쌓인다.
감정은 쌓이면 결국 ‘짜증’이라는 이름으로 터진다
사실문제는 빨래를 누가 널었느냐가 아니다.
늘 먼저 눈치채는 사람, 늘 스스로 나서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이 늘 묵묵히 하는 걸 ‘당연한 루틴’처럼 받아들이는 태도가 문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불려 나왔다는 사실에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해졌다.
함께 사는 집이라면, ‘역할’이 아니라 ‘공감’이 먼저였으면
“내가 부른 게 미안해.”
“당신이 일하는 줄 몰랐네.”딱 한마디라도 이런 말이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짜증은 안 났을 거다.
함께 사는 집이니까, 집안일은 역할보다 마음의 시선이 더 먼저 갔으면 좋겠다.
바쁘게 뭔가를 하다 잠시 멈춰 나오는 사람이 억울하지 않은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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