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일이 없는 날, 나는 웃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주는 자유로움 뒤에는
아무도 모르게 지쳐가는 감정이 숨어 있다.
그 감정은 말보다 먼저 얼굴에 떠오르고,
표정은 나도 모르게 진심을 말해버린다.
오늘도 “괜찮아요”라는 말 뒤에 감춰진 표정 한 조각을 이야기해 본다.

 

1. 말보다 먼저 드러나는 건 ‘표정’이다

사람들은 보통 “괜찮아요”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러나 그 말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처럼 스케줄이 유동적인 사람들은 말과 표정 사이의 간극이 더 자주 드러난다. 누군가가 “요즘 어때요?”라고 물을 때, “잘 지내요”라고 대답하는 동시에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눈가가 무표정하거나 짧은 한숨이 먼저 나온다면, 그건 몸보다 먼저 감정이 드러난 것이다. 표정은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거울 속에서 종종 ‘웃고 있지만 어딘가 공허한 얼굴’을 마주치곤 한다. 그 표정은 가짜가 아니다. 그건 감정의 가장 솔직한 요약이다.

 

2. 일이 없는 날의 얼굴에는 이름이 없다

프리랜서에게는 휴일이라는 개념이 애매하다. 일이 있으면 일하는 날이고, 일이 없으면 그냥 집에 있는 날이 된다. 사람들은 그걸 ‘자유’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할 일이 없는 상태”라는 불안이 더 가까운 말일 때가 많다. 특히 일정이 비어 있는 날 아침이면 눈에 초점이 없고, 말수가 줄고, 누가 봐도 “지금 한가하구나” 싶은 얼굴이 된다. 하지만 속은 복잡하다. 일이 없다는 불안, 괜찮은 척해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버린다는 죄책감까지 겹친다.

 

3. “잘 지내?”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프리랜서가 가장 당황스러운 질문 중 하나는 “요즘 어때요?”라는 말이다. 그 말은 가볍게 들리지만, 프리랜서에게는 정체성, 경제적 상황, 감정 상태를 동시에 건드리는 질문이 될 수 있다.

• 일이 없어도 "잘 지낸다"라고 말하면 거짓말 같고
• 일이 많아도 "힘들다"라고 하면 투정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짧은 웃음과 함께 “그럭저럭요”라고 넘기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의 표정은 이미 ‘내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말은 준비할 수 있지만, 표정은 준비할 수 없다.
그게 바로 프리랜서의 진짜 감정 기록장이다.

 

 

4. 프리랜서의 얼굴은 자주 흔들린다

정해진 출근도, 명확한 성과도 없는 삶. 그 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그 질문은 종종 거울 앞에서 시작된다. "오늘 뭐 하지?" "다들 바쁜데, 나는 왜 한가하지?" "이래도 괜찮은 걸까?" 그때마다 우리의 표정은 흔들린다. 화장이 잘 됐는지가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이 얼굴에 새겨졌는지를 먼저 본다. 그리고 그 불안은 주변 사람보다 내가 더 먼저 알아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얼굴이 말하는 감정은, 결코 감출 수 없다는 걸.

 

5. 얼굴은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프리랜서로 살아오며 많은 날들을 그저 바쁘게만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날들은 일이 없는 날이었다.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무언가를 이뤄내야 할 이유도 사라진 날. 그런 날 내 얼굴엔 늘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무기력함, 자기 검열, 억지웃음, 그리고 알 수 없는 텅 빈 느낌.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얼굴은 매일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지금 느끼는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야.” 그런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았지만, 내 표정은 늘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삶을 말로만 기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얼굴이 먼저 기록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일 없는 날은 또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거울을 보고, 그 얼굴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